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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번역본) 페터 뷔르거, 아방가르드의 이론, 최성만역, 지만사(지식을 만드는 사람들), 2009/ 2017 (원본) Peter Burger, Die Theorie der Avantgarde, edition suhrkamp, Taschenbuch, Frankfurt am Main, 1974
<아방가르드의 이론>은 예술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책에 속한다. 저자인 페터 뷔르거는 문학자로서 이 책의 출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군대용어인 아방가르드가 문화예술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서술을 담보한 <아방가르드의 이론>은 1974년 독일어로 출간되었고, 2009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국내의 예술계에 아방가르드에 관한 이론적인 정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터 뷔르거의 이론서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학교와 대학원(미술학과/ 미술사학과/ 예술학과/ 미학과 등)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아방가르드연구에 적지 않은 지침서가 되리라 예견된다. 페터 뷔르거는 20세기 초반 미술을 지배했던 아방가르드미술운동을 참구하면서 발터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연구논문을 분석하고 적용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한다. 자연스레 적지 않은 철학자와 미술사학자 그리고 미학자들이 등장하는데, 그 기저에는 시민사회의 등장과 더불어 미술의 협회 그리고 미술작품의 상호관계망을 이론적으로 다듬기 위한 예비적 고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술 제도론으로도 해석되는 협회는 시민사회가 태동한 것이고, 그러한 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들을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시킨 학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이론서다. 역사적으로 제한된 조형요소의 범위를 방법론적으로 탐구해 동시대의 논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저자는 아방가르드 이론에 대한 정당성을 재현의 위기, 아방가르드개념의 전망, 담론의 요소들, 선험성(아포리), 미해결된 문제들로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에 두 가지의 기본적인 명제가 교차한다. 미술에 제한하면, 20세기 초반의 예술작품의 성분은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명제가 아니라 다른 예술가들과 그리고 전통적인 형식과 대적하여 그들만의 사건과 연관 짖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술작품은 개별작품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예술제도에서 효력을 발생한다는 명제가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제도 밖에서는 예술작품이 존재하지 않고 예술제도는 그렇기 때문에 더 광범위하게 포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작품들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관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뷔르거의 이러한 상충된 명제는 시민사회를 전제한 것이자, 시민사회와 더불어 예술의 독립성이 보장받고, 예술제도는 그럼에도 실천적인 삶과 반대로 추진된다. 19세기에 탄생한 심미주의가 그 예문일 것이다. 실천적인 삶과 반대되는 것으로서 시민사회가 태동한 예술제도론, 그렇기 때문에 아방가르드는 예술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시스템을 비판하여 예술의 자기비판이 가능해진다. 아방가르드는 예술제도를 비판하는데, 그리하여 예술을 생산하는 도구이자 예술에 관한 표상마저 구체화되어 예술이 무엇인지 논쟁마저 초래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아방가르드는 예술을 실천적인 삶으로 되 돌려 놓으려는 목적을 실현하고자 예술의 독립성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독립성을 해체하여 마침내 아방가르드예술가들은 예술을 다시금 실천적인 삶으로 되 돌려 놓아 예술을 삶 속으로 유입하고자 한다.
페터 뷔르거는 벤야민의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노동분업에서 예술가들이 특수성을 획득하고 그들의 경험들이 더 이상 실천적인 삶과 무관하다는 것을 독해한다. 그리고 저자는 심미주의를 비판한다. 그 목적은 조직화된 세계를 거부한 아방가르드가 새로운 삶을 조직하고 실제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가능한 조건을 발견하는 것이다. 예술과 삶의 차이를 해체하는 문화산업은 올바른 것이 아님은 당연할 것이다. 뷔르거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작품개념을 산출하는데, 그는 아방가르드가 제한된 작품개념을 파괴하여 예술에서의 비유기성이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유기적인 미술작품은 시민사회가 발전하면서 전체를 위한 기능을 지니지도 않고, 부분들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고 의미도 제거되어 궁극적으로는 부분의 물질과 상징만이 남기 때문이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의 예술을 위기로 간주하고, 재현의 위기를 아방가르드이론에서 다듬는다. 삶으로부터 분리된 예술을 해체하는 것은 심미주의가 보였던 것으로 재현의 위기에 대한 징후이다. 예술의 제도론이 사회적 문맥과 차별화되면서 사회와의 관계망이 점점 추상적으로 변질되고 기술적인 기능이 불투명해지면서 이해마저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역사적으로 재현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재현의 위기에 대한 범위를 찾아보자. 지각론적으로 보면 오브제들은 내적으로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인식론적으로는 작품과 오브제의 관계망이 불안정해지면서 유희가 가능해진다. 주체와 정체성의 구성에서 보자면 자아가 분리되고 해산되어 동시다발적이자 파편화된 자아느낌이 지각된다. 자아-정체성이 일류전으로 잔존하여 그것의 지속성은 상실된다. 진리와 환영, 실제와 시물레이션, 진정성과 사물라크르 대립현상이 나타나기에 이른다. 아방가르드예술에서 말하는 재현은 재현의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여 조형예술의 변혁이 효력을 발생한다. 마침내 아방가르드의 출현으로 인해 재현과 의미는 사건으로 대체된다.
아방가르드운동은 실천적인 운동이다. 그것의 실천은 시민사회의 목적론적인 실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은 실천으로 볼 수 있지만, 실천의 사용목적이 규정되지 않았고 더 이상 규정할 수가 없는 이유를 예술의 무목적성에서 찾는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생산의 부정 (시리즈생산으로서 미술작품, 뒤샹, 레드-메이드, 차라 등)은 수용자가 예술의 가능한 생산자로 간주한다. 아방가르드가 개인적인 생산을 부정하고 시리즈생산을 전시하여 엘리트적인 예술작품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미래파와 다다이즘은 선동과 관객을 수용하여 예술에 있어서 단체적인 수용이 가능해지고 이는 종교의 재단화에서 실용화 되었던 것과 비견되기도 한다. 페터 뷔르거는 마침내 <아방가르드의 이론>에서 아방가르드미술작품에 대한 작품개념을 제안한다. 아방가르드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는 새로움, 우연, 몽타주, 알레고리 등이 그러하다. 19세기를 지배적인 양식들이 과격하게 해체되어 무연관성을 포괄한 새로운 개념들이다. “새로움(das Neue)”는 아방가르드운동의 범주에 속한다. 다른 시기와 차별화되는 예술적인 방식으로 동시성의 범주가 중요하다. 19세기에 지배적인 양식들이 과격하게 동시적으로 변화하고 해체되면서 발생한다. 예술에 관한 다양한 형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여 상호간 무연관성을 띄는 것을 지칭하는 아방가르드예술작품의 개념에 속한다. “우연(Zufall)”을 살펴보자. 우연의 원칙은 시민사회에서 목적성에 대한 비판으로서 자유와 무관치 않다. 우연은 컨트롤이 불가능한 반면에, 부정이 가능하고 시민사회의 목적사고를 뛰어넘어 우연이 자율적으로 효력을 발생하는 아방가르드개념으로 자리매김한다. “알레고리(Allegorie)”. 벤야민의 알레고리에서 발전된 이 개념은 물질의 사용에서 보자면 삶의 연관성을 총체에서 분리하고 파편화한 하나의 요소이다. 파괴된 부분으로서 상징과 대척된 알레고리 개념은 아방가르드예술작품의 구성요소로 자리하는데, 분리된 실제의 파편들을 종합하고 그리하여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본래의 문맥에서 분리된 파편들은 몽타주와 같이 아방가르드예술작품에서 효력을 인식하게 한다. 생산과정의 해석에서 보자면 파편화된 것으로서 알레고리는 역사를 우연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벤야민이 <독일 비극의 기원>에서 비유적인 예술작품의 특징으로 발전시킨 개념으로서 존재는 하고 있으나 가식적이고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삶의 연관성을 파편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관찰은 과거의 것을 형재로 전위하거나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과격하게 새로운 시작을 말한다. 페터 뷔르거는 아방가르드 예술작품의 마지막 범주에 속하는 개념을 몽타주로 꼽는다. 실제의 파편을 전제로 큐비즘의 몽타주를 예로 든다. 종합적인 것을 부정하고 호환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것이 구조적인 전형이 되어 단어마저 문맥과 무관하게 사용되는 것을 목도하게 한다. 그래서 현실의 인용이 과거의 유기적인 사실성의 파편으로 해석되어 아방가르드예술작품의 성격을 포착하는 개념이 된다. 페터 뷔르거의 <아방가르드의 이론>은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예술운동들을 삶과 예술의 관계망에서 연구한 이론서다. 저자는 큐비즘, 이탈리아의 미래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자들이 전통과의 단절을 선언한 사물과 방법들이 다시금 제도로 예속되어 실천적인 삶으로 환원하려는 그들의 의도가 실패고 끝났음을 선언하여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터 뷔르거의 이론서는 아방가르드운동을 철학, 미학, 문학, 미술사적인 측면에서 연구한 학술적 문헌이다. 예비적 고찰에서 아방가르드예술작품의 범주에 이르는 학문적 가치는 지역성과 시간성을 초월해 네오아방가르드 그리고 포스트아방가르드를 쟁점화한 지침서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김승호(철학박사, 동아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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